의학전문기자 김철중이 본 인간 황우석

의학전문기자 김철중이 본 인간 황우석
주) 김철중기자는 고려대의대를 졸업하고 조선일보에서 의학담당전문기자로 있습니다
의학전문 기자] 안녕하십니까 의학전문기자 김철중 입니다. 오늘은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의 인간적인 면과 이번 황 교수 연구 논문과 관련해 중앙일보 엠바고 파기 건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 청빈 교수 황우석
황 교수는 18년째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강남터미널 앞 대중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 근방 국선도 수련원에서 1시간 명상을 한다고 하는군요. 과학자가 명상이라…,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는 명상을 통해 오늘 해야할 실험을 머리 속에 그려보고 잘 되기를 빌어본다고 하는군요. 출근 칼같이 6시 반이고요.

이 일을 하루도 쉬지않고 18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미국에서 밤 비행기로 도착하고, 공항에서 과학기술부 출입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심야 방송 출연하고, 그때까지 기다리던 기자들과 또 인터뷰하고 새벽 3시에 집에 들어갔는데도 4시반에 나왔다고 하는구요. 목요일 오전 황 교수를 만나러 서울대에 갔을 때 여러 언론사에서 취재를 왔는데, 일일이 성심껏 응대를 하고는 오후 1시 반에 충남 홍성에 장기 이식용 돼지 실험을 하러 떠났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지요. 이런 날은 좀 쉴만도 한데요.
황 교수는 청빈한 생활이 그의 삶의 철학 입니다. 익히 신문에 보도됐듯이 세계적인 생명공학자인 황 교수는 35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5년전 양재동 16평형 아파트를 판 이후 2년마다 전세로 이사를 다닌다고 하는군요. 비행기도 이코노미석만 고집합니다. 이번 연구 발표 학회에서처럼 주최측으로부터 특급호텔로 초청을 받아도 정작 본인은 같이 데리고 간 연구원과 허름한 모텔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황 교수는 ‘풍요 속에 나태가 온다’는 것이죠.

황 교수의 종교는 불교입니다. 모든 외국 기자들도 그의 종교를 물어본다고 하는군요. 그는 새로운 복제기술로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8년전 불교에 입문한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새벽 예불을 드리고 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도착해서 400배를 드린다고 하는군요. 이번 인간배아 복제 성공을 발표하러 미국에 가기 3일 전에도 전등사에 가서 어떠한 윤리적 논란이 있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인지 장차 생명공학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되도록 기원했다고 하는군요.
그 기원 탓인지 미국 등 외신들의 반응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시애틀의 한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같이 사진 찍자며 하고, 사인해 달라고 오며, 샴페인을 가져와서 같이 마시자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황 교수의 큰 아들은 미국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데 황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는 “아빠, LA에서 완전히 떴어”라고 말했답니다.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도 가족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황 교수를 보고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황 교수의 논문을 실어준 사이언스측은 되레 황 교수에게 우리에게 논문을 보내줘 너무 고맙다고 감사 표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역사적인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실리게 되어 영광이라는 얘기죠. 사실 앞으로 모든 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 논문에는 황 교수팀의 논문이 인용될 것 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논문이라도 다른 사람의 논문에 인용되는 횟수가 몇 천 건 일텐데, 이번 연구는 앞으로 최소 백만건 단위로 인용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사이언스지가 고마워할 만도 하지요.
황 교수에게 넌지시 바이오벤처를 준비하고 계신 것은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황 교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미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특허권을 서울대학교에 넘겼다고 하는군요. 이 특허권에 황 교수의 지분은 ‘제로’라고 하니, 천문학적인 수익을 공익을 위해 헌납한 것이지요.

“당신은 이제 돈방석에 앉게 됐다”고 황 교수에게 말을 건 많은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 얘기를 듣고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 교수는 미국 과학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Good will can open the door”라고 얘기하면서, 생명공학 기술 개발에 도덕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부인한테는 은퇴 후 매달 한번씩 동화반점(동대문운동장 근방의 황 교수 단골 중국집)에 데리고 가기로 약속한 것으로 끝났답니다.

황 교수 연구실의 좌우명은 ‘하늘을 감동시키자’ 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와 핵을 연구하지만 이곳에는 우주가 있다고 말을 하지요. 그래서 생명과학자들은 자연스레 생명철학자가 된다고 하더군요. 실험실의 연구원들은 난자를 미세 현미경을 통해 마이크로 침으로 다루는 솜씨가 마치 손으로 농구공을 다루듯 자유자재 입니다. 손재주가 둔한 미국 과학자들이 여기 와서 보고는 ‘환상적입니다(Fantastic)’를 연발한다고 하지요. 황 교수는 “한국인의 천부적인 손재주에 난자 조작을 10만번 이상 해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손의 가치로 치면 미국 프로농구 NBA 베스트 선수와 맘먹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퇴근을 거의 12시에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매일 일기를 쓴다고 하는군요. 그 날 있었던 실험 중에서 아쉬웠던 일, 절망했던 일, 가슴에 찡한 희열이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록해 둔다고 하는군요. 그리고는 다짐한다고 그래요.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자만하지 말자. 풍요 속에 나태가 온다. 좀더 치열하게 우리를 북돋아 하늘을 감동시키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