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강금실 “정치권력 뒤얽힘 속에 회의 느꼈다”
흰색상의.검은치마 퇴임식..간간이 목이 메기도
“진짜 하고픈 말은 못하고 떠나는 것인지도”

호경업기자 hok@chosun.com

입력 : 2004.07.29 13:44 19′ / 수정 : 2004.07.29 17:38 45′

▲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9일 오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퇴임식 후 청사 정문에서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청사를 떠나고 있다./주완중기자

“전국의 검사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요.”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의 퇴임사엔 여성스러움과 솔직함이 짙게 배어났다.
29일 오전 11시 과천 법무부 청사. 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을 마친 강 전 장관은 퇴임사에서 “그동안 오해도 많았고, 갈등도 많았지만 결국 하나의 길을 찾아왔으며 서로 따뜻한 신뢰와 사랑을 나누고 떠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7개월간 재임 중 몇 차례 검찰 조직과 갈등하던 일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였다.
특유의 감성을 표현하는 ‘사랑’, ‘공동체’, ‘만남’, ‘인연’ 등의 단어가 10여차례 등장했다. “개혁이란 믿고 사랑하고 인간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서로의 불신, 오해를 풀어나가는 것”이라며 “첫 만남은 굉장히 낯설어 하며 불안해 하고 믿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에 이를 극복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9일 오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퇴임식 후 청사 정문에서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주완중기자

“권력 관계 속에서 장관직에 대한 회의가 들 때가 있었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과의 갈등이 장관직 수행을 상당히 힘들게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어느 순간 권력관계, 정치적 네트워킹 속에서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치중심에 서서 움직일 때 회의가 무척 깊었다”며 “법무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관직을 접는 심경에 대해 “마음이 착잡하지만 흐뭇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단서를 달아 ‘뭐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이임식은 ‘파격’이 이어진 작년 2월27일 취임식과는 달리 ‘평범하게’ 진행됐다. 강 전 장관은 은은한 귀고리에 흰색 상의와 검은색 치마를 단정하게 입고 나타나 취임식이 끝난 뒤 김종빈 서울고검장, 이정수 대검차장 등 검찰 간부 16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취임 당시엔 주렁주렁 흔들거리는 귀고리와 푸른색 계통의 정장차림으로 나타나 개혁을 부르짖으며, 관례로 이뤄지던 검찰 간부와의 악수도 생략했었다.

▲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29일 오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벽면에 역대 법무장관 사진이 보인다./완중기자

떠나는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생각보다는 개혁 작업을 잘 추진해왔다”고 후한 점수를 주는 검사들도 있고, “고비처 신설, 중수부 축소 등 일련의 검찰개혁 작업과 검찰인사 때마다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켰다”는 야박한 평가도 있었다.
한편 신임 김승규 법무장관은 이어 열린 취임식에서 “법무·검찰의 개혁작업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사들은 신임 장관이 송광수 검찰총장의 사법고시 1년 선배인데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향후 검찰 개혁 작업에서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신임 장관과 송 총장은 2001년 법무차관과 검찰국장으로 법무부에서 같은 층을 쓴 것을 비롯, 92년과 88년에도 서울지검과 법무부에서 ‘옆방’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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