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와 기업의 가치창출 – LG경제연구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짐에 따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는 사고의 예방적 차원을 넘어 기업가치 창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 등으로 환차손이 늘어나거나 정상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남들이 어좆?때 오히려 수익성을 개선시키거나 사업을 확장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처럼 경영환경은 기업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환율의 변동과 원자재 수급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헷지 수단을 통해 환리스크에 대응하고, 충분한 원자재를 확보해놓은 기업들은 수익성을 개선시키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다가올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의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기업가치 창출의 두 가지 축

기업의 목표는 기업 가치 창출에 있다. 기업 가치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경로를 통해서 창출된다. 한 가지 경로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개선시켜 기업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축이고, 또 다른 경로는 잠재해 있는 리스크 관리를 통해서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축이다.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이 기업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된다.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기업 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은 리스크 관리 목적을 살펴봄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이익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가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이익의 확보를 가능케 해준다. 그런데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는 기업 가치 창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미국의 한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리스크 관리를 통해서 성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기업(이익의 변동성이 작은)들은 기업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수익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투자자들은 이익이 안정적인 기업에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부여한다. 즉 투자자들은 일관된 수익성을 가지는 회사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익 변동성이 평균인 기업의 MVA(market value added)를 100으로 가정하였을 때, 이익의 변동성이 높은 기업은 MVA가 87, 이익의 변동성이 낮은 기업들은 1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증분석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실례이다.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이익의 변동성을 최소화시키게 되면 시장으로부터 높은 프리미엄을 받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초우량 기업들 핵심 리스크 관리에 주력

리스크를 기업 가치 창출의 관점에서 관리하고 있는 바스프, 지멘스, 시스코, 마이크로 소프트 등 선진 우량 기업들은 노출되어 있는 리스크를 찾아내어 중점 관리해야 할 리스크 유형을 정의하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해 나가고 있다(<표 1> 참조).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의 전략, 운영, 경영환경, 기술, 재무, 사업특성 등 기업의 특성에 따라 중점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 유형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기업 가치 창출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이 기업별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만 살펴보면, 세계적인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신규사업의 취득 및 투자의사 결정으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규사업의 취득 및 투자에는 많은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바스프는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엄격한 책임과 심사절차를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시스코와 마이크로 소프트를 들 수 있다. 시스코는 전략적 제휴, 마케팅, 운영, 협력업체 관리, HR, 정책적 리스크 등 10개 리스크 유형을 정의하고 그와 관련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시스코는 완성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사 내에 보유하지 못한 역량은 많은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와 M&A를 통해서 확보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전략적 제휴와 M&A전략의 성공적 수행은 시스코의 경영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스코는 전략적 제휴와 M&A에 관련된 주요 리스크를 중점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리스크 유형을 운영, 마케팅, 규제, 법률, 기술, 재무, 지적 재산권 보호 등 7가지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특히 지적 재산권 보호 관련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개도국의 불법복제 문제는 마이크로 소프트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예상하고 전세계적으로 불법복제의 부당성을 법률제정기관 및 소비자들에게 홍보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기업 아직도 협의의 리스크 관리에 머물러

기업가치 창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리스크 관리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다소 소홀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성장성 혹은 수익성 향상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원가절감, BPR, ERP 등 경영혁신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성장성, 수익성 중시의 기업가치 향상은 동전의 한 면만을 고려한 것이다.

지나친 성장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펴는 기업들은 사업에 내재해 있는 리스크에는 소홀하기 쉽다. 그러한 폐단은 아주 잘 성장하는 기업이 한 순간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엔론, 타이코 등 일류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몰락한 것도 기업에 잠재해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불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신규 사업 진출 등에 따른 전략 수행상의 리스크, IT 관련 리스크 등 운영상의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리스크의 범주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 리스크에 대한 개념은 기업의 목적(objectives) 달성에 장애가 되는 요소는 모두 리스크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능, 프로세스의 목적을 정의하고 목적달성에 장애가 되는 요인은 모두 리스크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매 프로세스의 목적을 품질이 높은 원재료 혹은 부품을 저가에 구입하는 것이라 가정해보자. 그러면 구매 프로세스와 관련되어 리스크는 고품질의 원자재 및 부품을 저가에 구매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잠재적인 요인까지를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아직도 국내 기업들은 금리, 환율, 신용 등 금융 거래를 통해서 나타나는 재무 관련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부분적 리스크 관리 방식(Silo-based approach)은 기능간의 리스크 관리업무가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전사차원의 커뮤니케이션 및 보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위험관리의 내부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단점을 지닌다.이제는 리스크 관리의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환율, 금리 변동, 부정,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의 협의의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확대된 관점에서의 관리로 변화되어야 한다. 리스크 관리가 단순히 관리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가치 창출의 또 다른 활동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지속적이고 균형적으로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시점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통한 손실의 최소화가 기업가치 창출의 지름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독자적인 ERM시스템을 구축할 시점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은 효율적인 자원관리를 위해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구축에 많은 경영자원을 투입하였다. ERP 시스템은 기업의 효율성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기업가치 창출의 한 축인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는 기업 가치 창출의 또 다른 한 축인 리스크 관리에 자원을 집중하여야 한다. 그 동안 재무 중심의 부분적인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벗어나 전사 차원에 잠재해 있는 리스크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불리우는 ERM( enterprise risk management)시스템에 국내 기업들도 주목하여야 한다. ERM은 주요 경영 리스크를 전사적으로 통합하여 인식, 관리하는 리스크 관리 방식으로 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ERM은 전사적인 관점에서 주요 리스크를 인식하고 적절한 허용범위내에서 관리하며,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실행하는 제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증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증대, 정부 및 기관의 규제 증가 등으로 인해 ERM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이미 선진 기업들의 41% 정도가 ERM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이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ERM을 도입한 기업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서는 도입기업의 90%가 자사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RM을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에 관한 올바른 인식 필요

부분적인 리스크 관리의 맹점을 미리 인식하고 ERM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의 사례로는 듀퐁과 월마트를 들 수 있다. 듀퐁은 1990년대 이후 재무 관련 리스크로 인한 손실 규모가 증가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리스크 노출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개별 사업 및 기능 단위로 관리하는 전통적인 리스크 관리의 한계점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CEO가 주축이 되어 1995년에 전사 차원의 ERM을 도입하여 리스크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사 차원의 리스크 노출 수준을 성공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유통업의 최강자인 월마트는 정기적으로 리스크 워크샵을 개최하여 기업의 각 부문이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기업 가치 창출에 성공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ERM은 기업의 이익의 변동성을 최소화시켜서 기업 가치 창출에 도움을 주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ERM의 성공적 구축 및 실행을 위해서는 우선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조직원들의 리스크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리스크가 재무적 리스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 및 경영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확장된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치 창출과 연계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요소를 전략수립과 성과평가에 반영하여야 한다. 셋째, 주요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측정과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의 구축이 필요하다. 넷째, 전사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해주는 리스크에 관한 공통언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차원의 리스크의 소재와 내용을 파악하고, 발생가능성과 영향도 측면에서 평가하여 중점 관리 리스크를 찾아내어야 한다.

IR활동과 연계 활용

우리도 기업가치 창출의 도구로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여야 한다. 단순히 재무적 리스크 중심의 관리 수준에서 벗어나 기업가치 창출의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리스크 관리가 기업가치 창출로 연결되도록 하려면 리스크 관리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리스크 관리 정보가 리스크의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활용되는 범위를 벗어나 외부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업정보로서 제공되어야 한다. 이제 리스크 관리 수준도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진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에 관한 정보를 Annual Report, IR 홈페이지를 통해서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활동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제공하여 기업가치 창출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듀퐁, 바스프 등은 내부적으로 쌓아 온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소프트웨어, 강좌 개설 등 수익상품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듀퐁의 경우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에 관한 유료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지속적인 기업 가치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성장성, 수익성 중심의 기업 가치 창출에 주력해온 우리 기업들은 잘 나가던 기업도 한 순간에 부실기업 혹은 도산 기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공들여 쌓아 온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기업 가치 창출의 또 다른 축에 공을 들여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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