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은 이름 – 성공의 절반!

잘 지은 이름 – 성공의 절반!

이종진 | 2004년 11월 15일


자녀를 둔 분들은 이름 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했을 것이다. 가게나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기업도 어떤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이름 짓기’ 이다. 잘 지은 이름이 성공의 절반이란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만큼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인가? 이 질문의 답은 우리 주변에 있는 가게, 식당, 제품명 등을 유심히 보면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먼저 쇼핑을 가보자. 서울 자양동의 한 동네를 가면 아래와 같은 두 개의 슈퍼마켓이 경쟁을 하고 있다.

가락공판장 vs. LG마트

어떤 이름이 더 좋은 이름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이 질문을 강의나 토론 시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락공판장이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는 가락공판장이 왠지 더 싸게 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여기서 한 가지 다른 질문을 해보자. 어디가 더 친절하고 깨끗할 것 같은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LG마트라고 이야기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한 번도 보지 않은 기업명이나 제품명을 보아도 서로 다른 이미지를 연상한다. 여기에 바로 좋은 이름을 짓는 열쇠가 있다. 새로 이름을 지을 때는 소비자에게 주고 싶은 혜택 부분을 풍부하게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을 선택해야 한다.

이름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쁜 이름이 없다. 가락공판장도 좋은 이름이고 LG마트도 좋은 이름인 것이다. 다만 싸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가락공판장을 선택해야 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LG마트가 되어야 한다. 꺼꾸로 되면 곤란해지고 좋은 이름도 나쁜 이름이 되는 것이다.

락앤락 (Lock & Lock) 이란 브랜드가 있다. 주방 밀폐용기로 연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중소기업 브랜드이다. 주방 밀폐용기의 핵심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꽉 잠겨서 음식이 잘 보관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 점을 소비자에게 약속하고 싶었고 그래서 락앤락(Lock & Lock)이란 브랜드명을 선택한 것이다.

락앤락 (Lock & Lock)이란 잠그고 또 잠근다는 뜻이다. 제품의 특성이나 이 회사가 소비자에게 약속하고 싶은 부분을 고려할 때 얼마나 잘 지은 이름인가!

다른 사례를 한 개 더 보자. 지펠 (Zipel)이란 고급 냉장고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는 출시한지 꽤 되어 이제 많은 소비자들에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고급 냉장고 시장을 개척할 때 왜 지펠 (Zipel)이란 이름을 선택했을까? 어떤 약속을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었을까?

지펠이 출시되기 전에 상당수의 부유층 주부들은 독일에서 만든 냉장고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당시에 잘 사는 집들은 독일에서 들여온 냉장고를 많이 쓰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즉 가장 독일스러운 이름인 지펠 (Zipel)을 선택한 것이다. 지펠이란 이름을 통해 독일 냉장고의 성능과 사양이 보장되는 고품격 냉장고라는 약속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위에 설명한 것 이외에도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다. 짧고 기억하기 쉬어야 한다. 발음도 쉬워야 한다. 그리고 파열음이 있어 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들은 다소 전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얻는 혜택을 풍부하게 연상시킬 수 있는 그런 이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좋은 이름이란 기업이 소비자에게 주는 차별적 혜택을 담고 있는 이름인 것이다.

이름을 지을 때 꼭 해서는 안 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영문 약자로 이름을 짓는 것은 금물이다.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영문약자로 이름 짓는 것을 더더욱 피해야 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영문약자로 된 이름을 보았을 때 아무런 연상을 할 수 없고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기업명을 영문약자로 바꾸었다. CJ, SK, LG, KT&G, KT, GS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마도 국제화 시대에 걸만는 세련된 이름을 찾았던 것 같다. 그러나 잘못된 전략이다.

국내에서 수 십 년 동안 알려졌던 선경이 SK로, 럭키금성이 LG로 바꾼 것은 그나마 괜찮다. 국내 소비자들은 SK하면 과거 선경에서 가졌던 이미지를 연상하고 LG하면 럭키금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떠올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IBM, GE, HP 등이 회사명을 영문약자로 바꾼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LG나 SK가 외국으로 나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LG나 SK를 보면 제일 먼저 “무슨 뜻이냐?” 고 묻는다. 즉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 가면 영문약자로 된 국내 대기업들은 무색 무취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동일한 마케팅 예산을 투여해서 영문약자로 된 기업명을 알리는 것은 풀 네임 (Full Name)보다 낭비적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나 해외 소비자들이 영문약자로 된 이름을 보았을 때 아무런 연상을 할 수 없고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래 영문약자로 된 몇 개의 브랜드들이 있다. 어떤 이미지가 느껴지는가? 그 회사가 소비자에게 약속하는 차별적 혜택이 느껴지는가? 그리고 잠시 보다가 눈을 감아 보자. 쉽게 기억이 나는가?

CHB, FRJ, HSBC, KB, KEB, TG, TBJ, TNGT, VK

기업이나 제품을 대표하기에는 잘 못된 이름들이다. 좋은 이름을 짓고 싶으면 영문약자는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이 풍부하게 연상되고, 짧고, 발음이 쉽고, 기억하기 쉽고, 강한 이름이 좋은 이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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