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중소기업 ERP 구축을 위한 가이드
1. 경영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과 ERP
우선 오늘날 우리가 왜 ERP에 모든 관심과 논의를 집중하고 있는지 그 출발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ERP를 도입하여 경영혁신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들이 제대로 된 ERP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모든 결과에는 그 원인행위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영혁신의 최적 대안으로 ERP를 선택하려 할 때 ERP가 탄생된 출발배경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 기업은 이미 ERP구축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1) 시장의 변화(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21세기에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본다면 지난 세기는 공업화의 부흥기였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대량생산과 이를 위한 고도의 분업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증대되었고 물질적 풍요를 우리에게 가져왔다. 항상 수요는 있었고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는가가 최대 관심사였고,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해내는 가치를 소비만하면 되는 시기였다. 따라서 당연히 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획일화 된 규격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만 하면 되었다. 기업은 하나라도 더 많이 생산해 내기 위해 기업 내부의 생산활동을 단순화하고 전문화하여 반복,대량,저가화로 승부를 걸었고 이에 적합하게 기업 조직 및 모든 프로세스들을 맞추어 나갔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실현된 물질적 풍요는 인간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획일화 된 규격품에 만족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날의 소비자의 욕구는 획일화에서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게 되었고, 단순한 욕구에서 보다 복잡하고 고도화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오늘날의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신상품이 출현하며, 소비자도 세분화되고 그에 따라 마케팅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세기 말에 이러한 현상을 사회 곳곳에서 피부적으로 느껴왔고, 외국의 선진국들은 우리보다도 훨씬 앞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시장이 변한 것이다. 공급자의 논리가 통용되던 곳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당연히 과거의 경영방식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량생산과 이를 위한 모든 경영기법들은 폐기처분 되어야 하는 시점에 온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 공급자 위주의 공업화시대에 추앙 받았던 일처리 방식과 경영 프로세스들이 오늘날 소비자 중심의 시장 원리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로 전면적으로 재검토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이해해 가고 있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따라서 사업분야의 전략적 제고에서부터 조직과 인력의 재정비작업까지 전면적인 PI(Process Inovation)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자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생존 전략의 중심에 바로 ERP가 있게 된다. ERP는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전산 소프트웨어와는 다르다. 오늘날 기업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존해 가기 위하여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될 프로세스 혁신의 구체적인 기술과 도구는 바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정보기술로서 재편된 기업의 변화된 업무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형태가 바로 ERP라고 볼 수 있다.
2) 왜 ‘정보기술 = ERP’ 가 경영혁신의 유일한 도구인가?
그렇다면 왜 ERP여야 하는가? ERP 또한 그저 정보화 시장에서 한 시기를 수놓고 있는 또하나의 유행일 뿐인가?
우선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의 정보화 목표들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정보화라 할 때에는 아직까지도 그 투자비용과 효과면에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이제까지 정보화를 진행해 오면서 얻었던 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당장 측정할 수 있는 가시화된 지표를 얻기도 힘들고, 나아가 정보화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투자해야 적절한지에 대하여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기술과 컴퓨팅 파워들은 그 내재 가치를 따진다면 공기나 물보다 더 저렴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물론 그 내재 가치를 고도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도입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내가 악필이라고 해서 사용하고 있는 붓을 탓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 남느냐, 아니면 몰락할 것이냐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정보기술의 활용도라 할때, 개별 기업에게 남게 되는 숙제는 그 내재가치를 어떻게 십분 활용할 것인가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아무리 적은 예산을 들여도 전혀 활용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낭비이며, 아무리 많은 자금을 들여도 그 이상의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결코 비싼 게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정보기술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하고 보약이 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1> 에 기업 정보화의 목표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그림 1> 기업 정보화의 목표 변화
정보기술이 기업 업무에 처음 적용되던 시기에는 그 동안 사람이 수행하던 단순 반복적이고 관리적인 업무를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여 해결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경리상의 각종 장부정리 등의 단순 작업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순식간에 처리하게 되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동안 사람이 함으로써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실수로 인한 부정확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업무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단순히 Bookkeeping(장부 이기)정도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등 각종 물자관리를 합리화하고 이를 통해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추구하는 MRP의 단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사람이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복잡한 수리 연산 및 그 계산 능력은 정보화의 충분한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정보화는 그 개념이 사람이 하던 일을 보조하게 하는 수단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사람이 손으로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포크레인을 활용하게 되는 경우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ERP로 넘어오게 되면서부터는 정보기술의 활용도 측면이 질적으로 달라진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도 보다 복잡하고 섬세해지게 되고 나아가 정보기술의 발전정도가 고도화됨으로써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도 정보기술을 통하여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ERP로 오게 되면서부터 단순 장부 이기나 생산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원자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자금, 인력, 생산설비, 정보, 심지어 시장에 존재하는 고객 자원까지도 복합적으로 생산자원화하여 관리하게 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실행 결과를 분석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실행해 보지도 않은 기업 활동의 결과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해 보면서 최적해법을 도출할 수 있게 되는 등 그 적용 영역이 비약적으로 확장됨으로써 이제는 사람만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게 된 기업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정보기술을 이용해 전방위에 걸쳐 조직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정보기술은 사람이 하던 활동을 단순 보조하는 수단에서 탈피하여 사람만으로는 수행이 도저히 불가능한 업무 영역에까지 확장됨으로써 기업 경영 활동을 더욱 고도화하게 되고 정보기술을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느냐가 곧 그 기업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그 영향력을 확장함으로써 그 자체가 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핵심 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정보기술의 개념변화를 고려해 볼 때 오늘날 정보기술의 가장 값진 열매라고 말할 수 있는 ERP는 과거의 전산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다르게 된다. 사람을 보조하는 차원의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 그 자체가 사람을 대신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ERP는 그 영향력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에는 사람이 모든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좀 더 보강하는 측면으로 전산화를 추구해 왔고 이것이 시장과 소비자의 의식변화를 비롯한 외부의 경영환경 변화를 거치면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면, ERP는 아예 업무 프로세스부터 정보기술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비롯한 모든 자원을 재배치함으로써 새 판을 짜자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 구도의 변화 속에 새로운 경영구도와 이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의 정비가 요구되는 기업과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정보기술의 발전이 만나는 교점에 바로 ERP가 있게 된다.
2. ERP도입 성공을 위한 몇가지 전제들
1) ERP도입에 실패하는 이유
우선, 어떻게 해야 ERP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왜 많은 기업들이 ERP를 도입하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오랜 노력과 시간, 자금, 인력을 투입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지 그 요인들을 짚어보자. 대부분의 실패하는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고 있는 요소들은 우리도 당할 수 있는 함정일 수가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사전에 이 함정들을 피해 갈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ERP도입을 고려하는 모든 기업들이 한번쯤 신중히 판단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
위에서 언급했듯이 ERP는 과거의 전산소프트웨어와는 질적으로 틀리게 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의 실무자들은 패키지를 이용한 새로운 전산화 방법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과연 패키지를 가지고 우리 업무를 통합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까지 증폭된다. 이렇게 되면 ERP를 도입하여 얻고자 하는 목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ERP는 단순히 현재 존재하는 업무 자체를 보조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ERP구축의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도입하는 기업에서 ERP의 사상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의 수위 조절은 있을 수 있어도 현행 업무를 단순히 보조하는 차원에서 전산화하겠다는 관점에서는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와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목표 설정상의 오류
출발부터 잘못된 개념의 영향이기는 하겠지만 ERP도입시 전사적인 경영 혁신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전산부서 내지는 실무부서의 담당자들 수준에서 업무용 소프트웨어 하나를 도입한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 시스템 구축이야 끝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용자의 호응도 문제겠지만, 현재 기업이 처해 있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부진
도입된 ERP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주체는 기업내의 구성원이지 도입 담당자 몇몇이 아니다.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하거나 목표 설정상의 오류가 있게 되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내기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간부들이 무관심할 경우에는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이 좋다. 현재 간부들이 무관심하다면 ERP 시스템을 검토하기 전에 그들로부터 광범위한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작업부터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ERP를 구축하게 되면 근본적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변화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실무현장의 조직적인 반발과 거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 확고하지 못한 추진 주체
ERP를 구축하게 되는 기간동안에는 사실 도입 기업의 ERP추진 주체야말로 도입 후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주위 방관자들의 불필요한 간섭과 견제를 배제할 수 있는 파워가 필요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ERP구축은 Top_Down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다. 또한 ERP구축에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그 조직내 최고의 엘리트들로 구성되어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게 된다.
2) ERP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이 고려해야 할 10가지 요소
자 이제 구체적으로 공급업체를 접촉하고 우리 기업에 맞는 ERP시스템을 선별해내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에 열거하는 열 가지 요소는 꼭 점검해 보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ERP를 도입하는 기업이 계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무리 치밀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파악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만큼 최종적으로 도입이 끝난 후 얻게 될 Output Image는 정확히 그려낼 수 없고, 구축 과정상의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에 열거하는 열 가지 요소는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만일 검토과정에서 예측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극복해 낼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 ERP를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은 필자가 조금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말일 수도 있다. 사실 ERP도 마지막 결과물은 소프트웨어로서 제공되기 때문에 넓게 보면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과장을 해서라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들이 과거의 전산화에 대한 견해와 한계를 완전히 세척해 내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ERP검토에 있어서 많은 장애물을 스스로 오밀조밀 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미 앞에서 ERP는 정보기술이 사람을 보조하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해석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정보기술(즉, 소프트웨어)로 기업내의 모든 조직 및 업무 프로세스를 재편한다는 전제하에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보자. 사람이 일을 할 때는 꼭 필요했던 일들이 ERP를 도입하게 되면 전혀 필요 없어 지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경리부서의 직원은 매일매일의 회계전표를 발행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하지만 ERP를 도입하게 된다면 각 해당 부서에서 업무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모든 회계처리 사항들은 자동으로 반영되어 무전표 시스템이 가능해 지게 된다. 과연 경리직원이 전산시스템이 도입된 후에도 과거처럼 전표 작성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반대로 사람이 일을 할 때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ERP를 도입하게 되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어 업무처리의 깊이가 심화될 수도 있다. ERP의 핵심 개념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계획 기능(APO: Advanced Planning Optimizer)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데 ERP에서는 제품을 생산도 해보기 전에 미리 예측하여 몇 개를 생산해 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생산 자원이 필요하게 되는지 어떤 생산 라인에 과부하가 발생하는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과 의사결정이 가장 효율적인지 하는 등의 고난도의 업무처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를 만약 사람이 수행하게 된다면 그 정확성은 둘째 치고 아마도 기업이 이미 문을 닫은 이후에나 그 결과가 나올까? 오늘날처럼 초스피드가 요구되는 경영환경에서는 이러한 일들을 사람이 일일이 수행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그 외에도 사람이 일을 할 때는 필요 없었던 일들이 ERP를 도입하니까 새로 생겨나는 그런 일도 있게 된다.
필자가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예를 들었겠는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에 전산화하듯 우리 업무에 맞추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필요하다면 업무 자체를 혁신해서라도 최적의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더 부연하자면 현재 비만한 몸에 맞는 옷을 골라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늘씬한 몸에 맞는 옷을 보면서 내 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다이어트 할 것인가가 주라는 말이다. 이말을 다시 뒤집으면 무엇일까? 바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경영혁신’이라는 ERP의 사상에 충실하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고 교과서적인 ERP개념에 맞춰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다음을 계속 읽어보자.
ERP도입 목적을 명확히 정립하라
사실 우리나라에서 ERP에 대하여 소개되고 있는 책자들은 모두가 외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초기 ERP를 도입했던 대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의 실정에서는 거리가 먼 내용도 많다. ERP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는 벤더들도 양극화가 되어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Bookkeeping수준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시장 조류에 편승(?)하여 이름표만 갈아치운 제품들이 있는 반면에 초기 ERP에 대한 수요를 독점하고 있었던 대규모 기업의 구축 경험에 입각한 거창한 기준을 제시하는 벤더도 있다. 이 경우 최상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겠지만 그 기준대로 ERP를 이해하고 도입하려고 할 때 과연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몇 %가 수긍할 수 있을까? 그 취지와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그림의 떡이 아닌가?
여기에서 이론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는 지혜가 필요하게 된다. 가장 최상의 수준은 프로세스 혁신(PI: Process Innovation)이다. 정보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Input이 있으면 정의되어 있는 처리절차를 거쳐 Output을 생산해 낸다. 이 말은 정확한 자료가 Input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그 결과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말도 된다. 따라서 현행 프로세스의 개선과 통합, 선진 모델의 도입을 통한 경영의 혁신, 사람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정보기술을 통해 고도화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의 획기적 개선을 원한다면 적어도 쓰레기가 정보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마지막 Output이 기업이 원하는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제까지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는 과감히 뜯어 고쳐져야 한다. 이럴때 비로서 ERP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라는 차원을 넘어 경영 혁신의 도구이자 유일한 방법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며 사람의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업무가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고 프로세스가 복잡한 대기업의 경우에는 백번 맞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혁신,통합된 업무 프로세스, 그리하여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할 수 있는 전략체계가 주가 되고 그럴 때 비로서 ERP를 도입한 효과가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를 보자. 중소기업은 업무가 분화되어 있기 보다는 집중되어 있는 구조가 많다.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업무를 더 분업화 시켜야지 통합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 또한 대기업들처럼 업무처리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업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부서를 통폐합하는 프로세스 혁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면 ERP패키지에 반영되어 있는 표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관리체계의 흐름을 개선하고 업무 흐름을 자동화함으로써 일의 주체인 조직원들이 보다 생산적인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아직 전산화의 경험도 전혀 없는 기업이라면 장부기록 및 문서의 체계를 정립하고 축적된 데이터로 분석과 경영 평가를 하는데 1차적인 목표를 두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일수도 있다.
결국 한번에 달려가야 더 효과적인지, 몇 단계로 나누어가야 적절한 것인지를 도달하고자 하는 최상의 목표를 기준으로 기업 실정에 맞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살박이 어린 자식에게 아버지가 입는 양복을 입혀 놓게 되면 몇 걸음 못 가서 옷에 걸려 넘어져 무릎팍 깨지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지 않을까?
더구나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컨설팅 비용은 아직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터무니 없이 비싸다. 대기업은 비싼 만큼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불할 용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중소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에 있어서는 대가만큼의 반대급부는 없다고 볼수도 있다.
물론 모든 중견, 중소기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할 만큼 이미 업무 규모가 방대해지고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대대적인 수술이 없이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많이 보았다. 요지는 각 기업 실정에 맞는 도입의 목적 및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솔루션은 적어도 앞에서 설명한 ERP의 사상과 관점을 모두 수용한 솔루션이어야 하며, 최종 목표를 달성해가기 위한 확장성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 경영층의 적극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ERP도입의 수준이 프로세스 혁신이든, 관리체계의 개선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전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층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단기적으로 보면 전산시스템의 도입은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다.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며, 익숙해 져야 하고 이전의 일 처리 방식을 고쳐야 하는데 이는 사람이 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안 쓰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직 구성원들의 저항을 극복하는 최대의 수단은 역시 경영층이 발벗고 나서는 것이다. 기업에서 상사의 말을 무시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은 없다. 이해와 설득, 교육으로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상사, 그것도 최고 경영자의 말 한마디면 만사 OK이다.
만약에 프로세스 혁신 차원에서 ERP를 도입한다면 경영층의 적극적 참여는 필수 불가결한 요구사항 이다. 그 이유는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않도록 하겠다.
? 패키지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버려라
ERP도입과 관련한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거의 보편적으로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패키지는 우리 업무하고는 맞지 않는다. 커스터마이징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혹은 ‘패키지가 뭐이리 비싸?’와 같은 유형의 반응이다. 심지어는 요즘은 거의 없어진 것 같지만 ‘도입하면 소스코드는 제공해 줄 수 있는가’ 식의 반응들이다. 이는 다 과거 수주개발식의 전산화에 길들여져 있는 선입관들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선입관들은 깨끗하게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 생각해 보자. 과거에 우리 입맛에 맞게 수주개발을 해서 그 결과에 얼마만큼 만족했나? 혹시 얼마 못 가서 업무가 변하게 되어 용도 폐기하거나, 시스템을 수시로 커스터마이징해야 하거나, 수많은 개발인력을 거느리고 유지하기 위하여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가? 더구나 오랜 기간동안 개발하다 결국 실패하게 된 경우는 없었는가? 솔직히 말해 기업내의 전산인력들이 개발 전문업체 수준의 IT를 확보할 수 있을까? 개발 전문업체 들은 그 자체가 직업이고 그일 밖에 할 것이 없지만, 기업내의 전산인력들은 개발도 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하고, 운영상의 소소한 장애까지 모두 처리해 주어야 하는 등 연구 개발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없다. 게다가 정보기술은 자고 나면 변해 있을 정도로 그 진화의 속도가 빠르다. 소스코드를 제공해 주느냐는 질문은 자체적으로 유지보수를 하겠다는 의지인데, 오늘날에는 자체 인력을 써서 유지보수 하느니 공급업체와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ERP는 지금 있는 그대로를 전산화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님을 앞에서 누누이 강조했다. 업무 처리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패키지에 반영되어 있는 선진 프로세스에 맞추어 가는 것이 곧 조직 내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 효과를 증폭시켜 준다. 좋은 패키지는 이미 수많은 기업의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서 소프트웨어로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Best Practice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그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 질수록 패키지로 갈 수 밖에 없다. ERP를 도입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패키지에 반영되어 있는 프로세스를 필요 이상으로 훼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패키지가 만능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현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안임은 분명하다.
° 전산인력의 위상은 변화되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서도 이 명제는 유효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전산 시스템 운영과 관련한 Outsourcing바람이 거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은 본업에 더 충실해야 하고 부수적인 영역의 일들은 보다 경쟁력 있는 전문가 집단에 일임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기업내의 전산 조직의 위상과 역할도 이러한 변화를 한번쯤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이제 기업의 전산요원들은 일일이 구성원들에게 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이제까지 그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 그리고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생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고 기업의 이익창출에 기여하게 되는 길이다. 더구나 ERP와 같이 방대한 시스템들은 초기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및 교육 활동과 향후의 정보전략 계획의 수립 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볼 때 ERP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전산조직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 과거의 실패에 연연해 하지 말라
ERP도입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과거 전산화 실패의 경험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ERP시스템은 그 결과를 도입하는 순간에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 중요한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질없는 고민이다. 오히려 실패의 쓰라린 경험이 ERP를 도입하면서 또 다른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 주는 순기능으로서 작용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ERP 시스템 구축은 필자가 생각할 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이로운 투자다.
더구나 앞에서 설명해 온 내용에 동의한다면, 과거 전산 시스템 구축과는 180도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출발하게 되므로 과거와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ERP는 과거 전산화의 문제점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아직도 실패에 대한 경험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면 아직 과거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² 내용도 보기 전에 비용부터 고민하지 말라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상품은 그 가치를 가격으로 가늠해 보기가 상당히 힘든 상품임에는 틀림없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를 사고 팔듯이 가격을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프트웨어는, 예를 들어 같은 회계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제품마다, 또 그 시스템이 내장하고 있는 기능에 따라서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그 폭도 상당히 크다. 적게는 몇만 원대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대에 이르기도 하고 수억 원이 될 수도 있는 게 소프트웨어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매길 때 이런 지식 상품으로서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지식상품의 가격은 그것이 기업에 가져 다 줄 수 있는 효용가치에 의하여 정해진다. 따라서 그 실체나 내용을 검토해 보기 전에는 몇 만원짜리가 비싼 건지, 수천만원짜리가 싼 건지 판단을 할 수가 없다.
회계시스템을 수만 원에 샀다고 저렴하게 도입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소프트웨어가 현업에서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저렴한 것이 아니라 비싸게 도입한 것이 될 것이고, 반대로 수천만 원짜리 회계시스템을 도입해서 그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저렴한 것이 되는 것이다.
솔루션을 검토해 보기도 전에 가격이나 예산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정말 자기 기업에서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솔루션을 검토조차 못해 보게 될 수도 있다. 만약 예산은 생각보다 더 들더라도 우리 기업에 가장 적합하겠다는 판단이 들고 그 이상의 효과가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비용이 좀 더 추가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제한된 예산에 맞추어 도입하려다가 도입 목표에 미달되고 효과가 불충분하다면 바로 그것이 손해인 것이다.
³ 사례는 참조만 하라
도입 관계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많이 듣는 질문이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어느 기업에서 쓰고 있나요. 우리와 같은 업계를 한군데 소개해 주시죠’라는 유형의 질문이다.
물론 많은 사이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제품이 우리 기업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상식적으로 이해 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꼭 경계해야 할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외국의 정보통신 관련 잡지를 보다 보면 ERP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솔루션 제공업체의 제품을 도입한 기업들의 180도 다른 상반된 견해들이 대비되어 기사화 되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한쪽은 거의 찬양에 가까운 예찬론을 펼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거의 적대감에 가까운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인가? 동일한 솔루션도 성공의 가능성과 실패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ERP 구축의 성공이 소프트웨어의 성능만으로 판단되어 지는 것도 아니고, 많은 기업에서 쓰고 있다고 해서 우리도 성공할 것이란 보장을 해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ERP시스템 구축의 성패 여부는 그 책임이 공급사, 도입사 모두에게 똑같이 존재하며, 그 구축 과정에서 있게 되는 수많은 변수와 이에 대한 대응 및 처리 능력에 따라 다양한 성패의 인자들이 산재 되어 있는 아주 복잡하고 섬세한 공정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살 때는 그 모델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비교적 정확도를 가지고 있게 되고, 본인이 평가해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ERP와 같은 섬세한 지식 상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똑같은 솔루션을 가지고 어떤 기업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기업은 실패하기도 하는 것이다.
ERP도입 관계자들이 소위 ‘레퍼런스 사이트’에 관심을 집중하게 되는 또 다른 요인은 도대체 이 솔루션이 우리 기업에 도입되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이지, 아니면 실패할 것인지 예측하거나 평가해 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확신을 할 수가 없고 도입하기 전에 평가를 해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은 허점이 더 많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시스템 평가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하며 한번 선택하면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그 정도의 분별력이 없다면 이후 도입 과정에 있어서 도출되게 되는 여러가지 난관들을 자력으로 돌파할 힘도 자연히 약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만 커지게 된다. 만약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게 되더라도 완성물을 보기보다는 그 완성물을 얻기까지 그들이 어떠한 시행착오와 좌절들을 겪어 왔는지에 더 주목하라. 그들이 누리는 성공의 열매는 도입 과정에서 맺어진 결실이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은 씨를 뿌려도 그 수확량은 다 제각각 임을 명심하자. 대부분 사이트 도입 사례를 보러 가게 되면 피상적으로 그들이 설명해 주는 데로만 듣고 온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몇 개 업체 보고 나면 그 다음은 뭐가 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각각의 솔루션에 대하여 좀 더 분별력이 생기기 보다는 사례방문을 하기 전보다 더 애매모호해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타 기업의 구축 사례를 우리 조직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 보기 위해서라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 숲을 보아야지 나무만 쳐다보지 말라
ERP시스템의 특징중의 하나가 프로세스의 횡적 통합이라고 한다. 이는 과거의 전산시스템이 단위 업무별로 내포되어 있는 기능 중심으로 만들어진 업무단위(혹은 태스크 단위)의 수직적인 시스템인 반면에 ERP는 이를 단위 업무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말이 좀 어려운데 아래의 <그림 2>를 참조하여 설명해 보겠다.
<그림 2 > 수주처리 프로세스 사례
위의 <그림2>를 보면 영업과정에서 수주를 받게 되는 프로세스가 상당히 많은 부분업무 및 부서들과 연관이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각 부서별의 시스템을 만들기 때문에 예로 든 수주처리 프로세스와 관련하여 다양한 부서와 복수개의 업무들과의 횡적 통합을 고려한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개별단위 업무 시스템이 될 수밖에 없었으며, 각 모듈간의 통합성도 미약했지만 ERP시스템은 그 기본 사상이 하나의 행위가 흘러가면서 서로 연계 통합되는 전체 업무의 영역을 하나의 프로세스라 규정하고 이의 최적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모든 시스템의 기능이 독립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횡적으로 강한 통합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ERP시스템은 각각의 의미 없는 개별기능의 나열을 잡아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이를 상호간에 통합하고 재배치하는 특성을 띠기 때문에 개별기능을 비교 검토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게 되며, 이러한 개별기능이 통합되어 나타나는 프로세스의 최적화 여부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러한 개념과 설계사상에 익숙하지 못한 검토자들은 각각의 기능이 어떠한지에 초점을 맞추어 시스템을 분석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ERP시스템에서 각각의 개별기능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는 분업화된 기업 조직에서 각각의 단위 업무가 전체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과 동일한 관점이다.
이렇게 과거의 관점 그대로, 숲을 보기 보다는 나무에 집착하는 검토 방식은 ERP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유사한 좀 더 기능이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검토하는 것과 다를 게 없게 된다. ERP를 도입하면서 필요하다면 업무까지도 뜯어고치겠다는 결심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때, 이러한 방식으로는 최적의 솔루션을 판단해 보려고 할 때 옥석을 가리기는 요원해진다. 전체 업무처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개별 나무들이라면 소프트웨어를 뜯어 고치려 하지 말고 업무를 시스템에 맞추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효과도 크게 됨을 이해해야 한다.
? 확실한 솔루션과 풍부한 경험 있는 파트너의 선택이 중요하다.
오늘날 ERP시스템은 과거와 같이 개발 전문가들이 만들 수가 없다. 그들은 전산 전문가이지 업무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기업 현장의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이를 최적화하는 대안을 줄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ERP시스템은 과거의 업무시스템과 비교한다면 그 깊이와 방대함과 섬세함에 있어서 비교할 수 조차 없다. 따라서 단순히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만 가지고는 ERP와 같은 방대한 솔루션을 만들 수는 없다.
나아가 ERP시스템에 있어서 파트너쉽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진화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 구축된 ERP시스템도 그러한 진화에 발 맞추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나가야 한다. 도입하고 1,2년 후 다른 시스템으로 또 교체할 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기업 경영의 전략적 수단으로서 ERP를 구축했다면 장기적 안목에서 파트너의 선택이 솔루션의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성공요인이 된다. 또한 파트너가 보유한 경험과 기술, 업무 노하우가 풍부하여 ERP 구축과 운영과정에서 많은 도움과 아이디어를 원활하게 공급 받을 수 있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3. ERP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
이번에는 구체적인 ERP솔루션의 검토에 들어가 보자. ERP시스템을 검토하고 평가해 보기 위해서 도대체 몇 가지 사항들을 검토해 보면 만족할 수 있을까? 그 평가 요소가 한 백여개 정도면 충분할까? 아니면 수천가지 항목? 각자의 견해에 따라서 그 기준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RP도입의 성공을 위해서는 솔루션의 성능만 좋다고 해서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도입하고자 하는 ERP솔루션이 성능이 우수하다면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천가지 기능들을 일일이 비교 검토해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몇 가지의 기준이 되는 포인트는 있게 되는데 이를 정리해 보겠다. 여기에 정리된 몇 가지 요소들이 절대적인 것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각 기업의 도입 목적과 현 수준을 고려하여 활용한다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 Business Process Model의 적합성
ERP시스템의 Business Process Model은 기업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최적의 업무 프로세스를 기업의 규모, 업종, 생산방식 등의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IT(Infor-mation Technology)로 구현하여 내장해 놓은 최상의 Best Practice를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Process Model들은 그 범주가 상당히 방대하고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이 Process Model들이 얼마만큼 다양하고 범용성 있게 구비되어 있는가가 ERP 공급업체의 산업지식(IK: Industry Knowledge)과 능력을 가늠해 보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하는데, 좋은 솔루션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ERP에 내장되어 있는 Best Practice에 자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맞추어 가는 것 자체가 기업이 추구하는 프로세스 혁신(PI: Process Innovation)이 될수도 있기 때문에 업무 전반에 걸친 Business Process Model을 제대로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림 3> Business Process Model을 결정하는 요소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는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아래 두가지 요소는 국가별로 그 내용이 상이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변하게 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그 기업이 속한 국가에 따라 구성 내용이 달라지게 되는 부분이며, 맨 위의 요소는 개별기업별로 존재하게 되는 프로세스인데 여기서 산업별 내지는 생산방식이나 형태별로 다양한 Process Model들이 나오게 된다.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존재하게 되는 하부구조는 ERP시스템에서도 수용해야만 하는 부분이 되며, 맨 위의 기업경영적 요소가 주로 ERP에서 혁신하게 되는 대상이 된다. 외산 솔루션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국가별로 존재하게 되는 하부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Business Process Model을 바라볼 때 위에 언급한 세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 기업이 전략적으로 채택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Process Model과 부합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물론 모든 ERP 공급 업체들이 기업의 규모나 생산방식, 업종별, 산업별로 대응되는 다양한 Process Model들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고도의 IT기술과 산업지식이 필요하며 완성도 있는 구현을 위해 시간과 경험까지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업체의 사업경력과 그 속에서 확보된 산업지식과 노하우가 중요한 평가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다양한 Business Process Model이란 연구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구축경험에서 단련되고 정제되어 탄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검토중인 솔루션중에 우리 기업에 맞는 Process Model이 미흡하다면 그 다음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급업체가 우리가 원하는 시간내에 목적하는 Model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소프트웨어는 그 특성상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프로세스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목적물이 우리가 원하는 적절한 시간내에, 그것도 완성도 높게 구현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해당 산업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충분한 컨설턴트들을 확보하고 있는지, 개발 방법론과 툴은 신뢰성이 있는지,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Process Model들의 완성도는 어떠한지등을 간접적으로 평가해 최상의 파트너를 가려내야 한다.
2) 프로세스의 횡적 통합성
ERP시스템은 종래 부나 과 중심으로 분화되고 분업화되어 있던 업무처리 구조를 의미있는 하나의 프로세스 중심으로 통합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설계사상이다. 그러므로 ERP시스템은 각각의 개별기능에 주안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모아져 이루어지는 프로세스의 합리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데이터의 중복 입력 및 부정확성을 배제하고 One_Fact / One_Place를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스피디한 의사결정 및 업무처리 구조를 확립하여 외부의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하는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업무처리와 관련한 모든 정보들이 앉은 자리에서 참조가 가능하게 되고 연관된 업무와 견고한 데이터 연동을 실현하여 연속성 있는 일처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림 4>의 예를 보면 매출인식 프로세스에 있어서 이전에는 몇 개의 부서나 과로 나뉘어져 처리되고 있는 부분이 영업사원이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관련 정보들을 참조하며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재고현황을 알아보아야 한다든가, 매출인식후 회계처리부서에 관련정보를 넘겨서 다시 시스템에 전표입력을 한다든가 하는 작업들이 몇 개의 부서로 나뉘어져 이루어졌지만, ERP시스템에서는 이 모든 행위가 매출전표를 발행하는 영업자의 한번의 행위속에 모두 자동적으로 처리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영업사원의 매출인식과 관련된 정보가 재고나 생산 시스템 또는 회계처리부서의 기초 정보로 연계가 되어 통합됨으로써 일처리 흐름 자체의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림 4> 매출인식 싯점에서의 업무처리 예
이제 영업자는 회계적인 처리와 관련된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하여 ‘받을어음장’과 같은 회계부서에서만 관리되던 장부기장을 매출 인식 싯점에서 스스로 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기존 분업화되어 있던 수작업 일처리 방법에서 벗어나 ERP시스템을 통해 프로세스의 횡적 통합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3) 실무적용성과 사용자 편의성
ERP시스템을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유저의 특성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그들은 자신의 업무에 정통한 사람이지 전산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시스템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사용하기가 어렵고 그동안 숙련되어 있는 업무지식과 축적된 경험 및 노하우를 하나도 활용할 수 없다면 ERP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업무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업무를 덤으로 추가해 주는 것 밖에 안되게 된다.
따라서 ERP와 같은 업무용 시스템이 이제까지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버리고 어렵게 배워야 겨우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개발되어 있다면 좋은 시스템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림 5>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례
<그림 5>를 참조해 보면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체가 해당 업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수한 ERP시스템이라면 실무자가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미 익숙한 숙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용하기가 편해서 쉽게 적응하는 것이 가능하게 개발되어 있어야 한다.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ERP를 도입하면서 이미 축적되어 있는 그 분야의 업무 지식과 노하우, 경험과 숙련도를 모두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도 조직 구성원이 축적하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엄청난 손실임을 명심해야 한다.
4) Process Model의 변화에 대한 유연성
기업의 내,외부 경영환경은 수시로 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기업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도입된ERP시스템이 내장하고 있는 Process Model도 변화를 따라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ERP시스템이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면 ERP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도입 당시 ERP시스템에 내장된 프로세스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ERP시스템을 도입하는 싯점에서 해당 시스템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느냐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검토사항이 된다. 경영환경이나 사용자의 요구변화에 따라 쉽고 빠르게 시스템의 기능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5) 확장성 및 개방성
ERP가 특정 OS나 DBMS만을 지원하거나 날로 발전하는 최첨단의 정보기술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기업 업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고 개별기업에 따라서는 특화되어 있는 전문시스템과의 연계와 호환성이 필요하게 되기도 한다. ERP시스템도 그 영역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확장 심화되어 가고 있다. CRM, SEM,PDM,POP등과 같은 확장 ERP(Extended ERP)의 연계나 통합도 장차적으로는 고려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도입하고자 하는 ERP솔루션의 확장성이 면밀히 검토되어져야 한다.
더욱이 그룹웨어나 문서관리 시스템등과 같이 조직내의 의사 전달 및 정보 공유와 공동 협업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통합되어 진정한 의미의Workflow Automation을 구현할 수 있는가의 여부도 중요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
6) ERP 기본엔진의 견고성
이 부분은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검토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사실 ERP의 정수는 그 내부를 받치고 있는 핵심 엔진들의 성능에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부분은 가장 고난도의 정보기술과 산업 현장에 대한 밀도 있는 지식체계가 총화되어 있는 것으로 기존 업무 시스템과 ERP를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현실 업무에서 발생되는 모든 데이터들은 바로 이 핵심 엔진들을 통하여 가공되어 진다. 단순히 데이터가 입력되어 저장되고 관리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ERP의 내부에는 고도로 복잡한 각종 수리적 모델들과 산업 공학적 지식이 집적이 되어 있는 몇가지 핵심 엔진들이 있게 되는데 수요예측,MPS,MRP,CRP,Scheduler,DRP,최적해법등과 관련된 부분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ERP시스템은 그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Planning’이 중요한 이슈이다. 단순히 장부기장이나 관리업무에 치중하는 시스템과는 달리 재고를 최소화하고 설비와 인력등 생산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계획 기능, 원가계산등과 같이 사람이 하기 힘든 고도의 수리적 연산등이 필수적이며, 그 정확도는 기업의 경영정책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우리 시스템은 원가관리가 된다’는 업체의 홍보성 멘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세밀하고 정확하게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여 밀도있게 수행되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몇 개의 수치를 집어 넣고 그 결과를 뽑아낸다고 정확한 원가 계산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ERP에 내장되어 있는 핵심엔진들의 성능이다.
필자는 지난 3년간 산업자원부 선도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첨단 ERP개발 관련 “G7 Project”에 참여하면서 ERP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계획등 핵심 엔진의 최적화가 전체적인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게 되는 최대의 관건이며, 쉽게 완성할 수 없는 고난도의 기술과 지식의 집적체임을 절감했다. 외국의 선진 ERP시스템들에 비해 대부분의 국내 ERP 솔루션들의 취약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ERP 핵심엔진과 관련한 검토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ERP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가장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7) 개발도구의 문제
ERP는 하나의 단위 모듈만 하더라고 엄청나게 방대하고 섬세한 기능과 복잡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ERP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생산관리 및 경영관리 이론이나 방대한 산업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이를 고도의 기능으로 구현하기 위한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총체적으로 요구되는 종합 예술이다. 과거와 같이 소프트에어 Coding 기술만 가지고 ERP와 같이 방대한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업무 전문가들은 전산 기술에는 일반적으로 약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ERP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업무 전문가와 전산 전문가의 Gap을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ERP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개발이라는 개념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새로운 개발 방법론이 요구되게 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도구에 있어서도 과거 4GL 유형의 범용 개발 Tool만 가지고는 ERP의 섬세함을 다 묘사하지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외국의 유명한 ERP 솔루션 벤더들은 ERP시스템 개발에 적합한 자체의 저작도구들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게 된다. 일반적인 개발 Tool은 범용성의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을지 모르나 ERP와 같이 전문화되고 특화되는 기업의 업무 시스템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ERP는 산업별로 다양한 모델을 요구할뿐 만 아니라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변화에 대응하여 쉽게 기능 추가나 조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특성상 쉽게 프로세스 모델을 정의하고 이를 빠르게 소프트웨어화하기 위한 전용 저작도구는 필수적이게 된다. 오늘날에는 현업을 분석하여 To-Be가 도출되면 이를 자동적으로 소프트웨어화해주는 다양한 도구들까지 별도의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ERP 공급업체가 이러한 ERP의 특성상 요구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발 Tool을 보유하고 있는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4. 글을 마치며
ERP시스템 도입에 있어서 성공의 책임은 도입 기업에 있다. 벤더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 과정에 걸쳐서, 도입 기업의 올바른 기준과 목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반 노력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 결과는 기대에 못미치게 된다. ERP시스템 공급 파트너는 단지 조력자일 뿐이다. 보통 ERP공급 파트너에 의존하고자 하는 경향을 많이 보이게 되는데 이는 옳지 않다. ERP의 도입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경영 혁신 활동이므로 그 주체는 당연히 도입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운명을 공급 벤더에게 의존할 수 있겠는가? 공급 벤더는 단지 기업이 효과적인 경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하여 활용하여야 하는 다양한 도구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쯤되면 우리는 아직 ERP를 도입할 만한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준비가 덜 되어 있으니까 좀 더 기다려 볼 생각인가? 그러면 늦는다. ERP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이 조류를 피해 갈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기업마다 ERP를 도입하는 방법과 목표들은 그 기업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준비가 덜 되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ERP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이글이 ERP도입을 고려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글을 맺어야 하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너무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 이론과 현실는 다르다” 는 명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미흡한 이 글도 어떻게 소화하고 응용하여 자기 기업에 맞는 도입 모델을 만드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다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