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 인터뷰 & 합격기 – 안미령

영광을 주님께 돌리며
安 美 伶
1981년 11. 6. 生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법대 3년 재학
제44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考試界 2003/1
考試界 2003/1
Ⅰ. 감사의 말
우선 오늘의 영광을 하나님 아버지께 돌립니다. 그동안 저의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애쓰신 어머님과 동생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기 일처럼 함께 기뻐해 준 귀한 친구들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기도해주시고 축하해주신 소중한 친척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이렇게 합격의 기쁨을 누릴수 있게 된 것은 저의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 주어지는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글재주가 없는 저의 이 두서 없는 글이 수험생 여러분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Ⅱ. 공부를 시작하며
1학년 때는 대학에 입학한 기쁨에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았습니다. 그러면서 사법시험은 2학년 말에나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빨리 합격하길 바라시는 부모님의 기대가 있었고 자꾸 머리가 나빠지고 게을러지는 것 같은 생각에 공부를 계획보다 1년 일찍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이라고는 하였으나 학원에서 헌·민·형법 기본강의를 수강하는 것 뿐 이었습니다. 그렇게 설렁설렁 기본서 들고 학원에 다니면서 2학년 1학기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기본서를 읽는 데만 집중하였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쯤 되니 약 3회독을 하게 되었고 헌·민·형법의 기본적 구조를 약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생활패턴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과 고통이 있었지만 합격을 위해서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능력이 제게는 없었기 때문에 사법시험에만 생활의 모든 에너지를 쏟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고 외톨이처럼 생활해야 했지만 제가 선택한 것인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이 지면을 통해서 나마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건투를 빌어주고 싶습니다. 특히 나를 많이 생각해준 예쁜 정은이와 착한 승재, 은식이 그리고 친언니 같이 따뜻하게 대해준 혜영언니한테는 큰 빚을 진듯한 심정입니다.

Ⅲ. 1차 준비기간
저는 2차에 비하여 1차에 들인 공부기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특히 기본서를 읽으면서 보낸 시간이 길었습니다. 1학년 겨울 방학부터 2학년 1학기까지는 거의 기본서만 읽고 지냈습니다. 기본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 작은 연습장에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가며 읽은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머리를 괴롭게 하는 잡념을 막기 위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손으로 써가며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약 3회독 정도를 하였습니다.
기본서를 읽으면서 교수님께서 쓰신 객관식 문제집을 풀어보았지만 실제 문제에 대한 적응력은 만족할 만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시간은 6월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조급했지만 일단 1차에 합격한다는 전제하에 2차 시험을 응시할 경우 4개월의 시간동안 후사법을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좀 무리를 해서라도 남은 기간 동안 2차공부까지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싶지만 동차합격을 이룰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됩니다.
1차 공부는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준비하였지만 2차는 그렇게 하기가 부담스러웠고 학원강의 테이프를 이용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9월이후에 약 3개월동안 후사법을 공부를 하여 기본서를 2회독 가량 해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1차를 준비할 시간은 약 3개월이 남게 되었습니다.
남은 3개월의 기간 동안 1차 선택과목을 포함 한 모든 과목을 한꺼번에 다하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전략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객관식 문제집을 계속 풀어서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중의 문제집 약 20권 이상을 한꺼번에 구입하여 2달 계획을 세우고 미친 듯이 풀어나갔습니다. 밤을 새운 적도 많이 있었지만 계획을 밀리지 않고 끝까지 완수하였을 때 남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정도 문제의 유형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약간의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1차 시험 공부는 고등학교 수능과 매우 흡사합니다. 공부를 오래한 분들이라고 반드시 합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에 나올 내용만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기본서를 읽는 동안 내가 지금 읽는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객관식 문제집을 풀면서는 실체적인 의미를 알수 있게 되었고 법학이 실생활에서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도 어렴풋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문제집을 통하여 또 하나 얻을 수 있는 것은 판례를 추상적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유형으로 편집된 버전으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권이상 문제집을 풀다보면 나오는 판례는 계속 반복하여 나옴을 알 수 있게 되고 저절로 암기가 됩니다. 또한 중요한 조문도 알 수 있고 학설의 중요한 논거 정도는 반복학습으로 암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몹시 부끄럽고 또 기본서를 꼼꼼히 이해하시고 또 논문이나 판례평석도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러한 공부방법은 수험을 위한 것이지 법학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합격을 간절히 원하는 수험생 여러분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적어보는 것입니다. 또한 출제경향이 저처럼 공부한 사람이 고득점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 듯하여 더욱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Ⅳ. 1차 시험일
1차를 치르러 시험장에 가기 전에 모아 놓은 오답노트를 꼼꼼히 체크하였습니다. 헷갈리는 판례의 중요한 내용이나 자꾸 잊어버리는 내용도 모아 두었다가 확인하였습니다. 문제집을 풀기만 해서는 틀리는 문제는 계속 틀리게 됩니다. 따라서 자꾸 틀리는 문제는 따로 정리해 두는 것이 나중에 중요한 재산이 됩니다.
시험장에 가는 길에 함께 시험을 치르러 온 많은 수험생들을 보면서 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치르는데 나 같은 사람이 합격할 수 있을 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미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였고 또 매일 기도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에 맡겼으므로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습니다. 1차 수험장은 왕십리에 있는 고등학교였는데 전에 고3때 수능을 보았던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1교시에 시험지를 받아보고 정말 달라진 출제유형을 실감하였습니다. 그 엄청난 판례와 부속법령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동안 풀어왔던 문제집에서 보았던 문제유형들이었고 저에게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이라 여기고 문제를 열심히 풀어 나갔습니다. 1교시는 약간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럭저럭 다 풀 수 있었고 2교시에는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점수가 어떨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희망을 가지고 집에 와서 채점을 해보니 점수가 그럭 저럭 합격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2차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Ⅴ. 2차 수험기간
2차 준비를 1차를 하면서 미리 해놓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을 줄 알았지만 2차 시험준비는 말처럼 쉬운게 아니었습니다. 문제만 냅다 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뭔가 끄적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기간은 4개월인데 너무 막막하고 조급했습니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친 결과 또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전략이지 요령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모 학원강사의 테이프에서 2차는 논점만 제대로 알아도 과락은 면한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고 바로 이거다 생각을 했습니다. 기본서를 다시 완독하는 것을 포기하고 시중에 나온 단문집과 케이스집을 구입했습니다. 각 과목별로 3권씩 구입해서 이 단문집을 위주로 단권화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단권화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험전날에 볼 만한 작은 암기카드를 만들어서 중요 논점을 학설, 판례, 검토의 목차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각 과목의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었고 시험 당일 부족한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습니다.
단권화작업은 고되고 재미없었지만 논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논점이 어느 정도 암기가 되었고 케이스집을 병행하여 풀어보면서 내가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왠만한 케이스를 보면 대강의 논점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단권화를 반도 마치기 전에 6월이 되었고 2차 시험일이 와버렸습니다. 사놓은 케이스집도 반도 끝내지 못했고 논점도 긍정, 부정설이 있다는 사실만 아는 정도 였는데 정말 답답하고 암담하였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험은 治心 즉 마음을 잘 다스리는 자가 이긴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가지고 있었던 터라 마음이라도 단단히 먹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2차공부를 하면서 저는 생각해보면 소송법을 제외하고는 기본서를 거의 읽지 않다 시피 하였습니다. 솔직히 시간이 너무 부족하였고 그 지루한 책들을 다 읽고 소화해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합격을 해서 다행이지만 그런 요령 피는 습관이 몸에 밴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좀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기본서의 내용을 차근차근 확인해 볼 계획입니다.
스터디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는 일도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보기보다 몸이 허약하여 혼자 공부하기만도 벅찬데 모여서 토론하고 늦게까지 학원강의를 듣는 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 핑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장소는 학교 도서관이나 집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은 데에서는 공부가 잘 안되는 성격이라 학교도서관은 학교 수업이 있을 때만 이용하였고 주로 집에서 공부하길 좋아했습니다. 한 번 공부를 시작하면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따로 공부시간을 정하지는 않았고 하루 하루 계획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밤을 새우기도 하고 계획을 다 했다면 미련없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수능시험을 공부하면서도 계획을 세워서 이를 다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였고 일단 치밀하게 그날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공부 방법이 1차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험기간에 쌓이는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로가 누적되어 슬럼프 기간으로 나타납니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무엇인가 심적으로 의지할 대상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교회에 다닌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든지 모두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친구들과 날잡고 술을 마신다든지 멀리 놀러 간다든지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이오 리듬만 깨뜨리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Ⅵ. 2차 시험일
2차 시험전날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논점 카드를 위주로 공부하였습니다. 또 마음에 드는 케이스 집을 한권 골라서 보았습니다.
케이스집을 저는 한 1~2일사이에 한 권을 보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첫째 시간이 너무 없었고, 둘째 케이스집의 목차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답안지를 써 내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빨리 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시도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또 한가지 케이스집을 볼 때에는 논점만 체크하고 머릿속으로 직접 개요를 작성해 보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개요는 무척 중요합니다. 교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바로 논점이기 때문에 문장력이 좀 떨어져도 내용을 안다는 사실만 확인된다면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시된 모든 논점을 논리적으로 조합하여 개요를 짤 수 있다면 문장을 구성하는 것은 쉽습니다.
학설을 암기함에 있어서는 논거를 먼저 보지 않고 자기 스스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런 연습을 통해 학설의 종류만 기억이 날 때를 대비하였습니다. 논거를 모두 암기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어느 케이스에서 이 논점이 등장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학설대립의 실익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 실전에 임했을 때 더 훌륭한 무기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성도 있는 답안을 구성하려면 논거를 잘쓰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다만 저는 능력이 부족하고 시간이 촉박하여 학설 종류 외우는 데에만도 빠듯했습니다.
시험 당일에도 논점 카드를 휴대하면서 열심히 외웠습니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는 우선 보이는 논점을 문제지에 적었고 그 후 빠뜨린 것이 있나 꼼꼼히 확인하였습니다. 약 10분 정도를 개요를 짜는데 보내고 나서 바로 답안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문제당 5장을 쓰는 것이었는데 저는 한 4장 쓰고 나니 쓸말이 없었습니다. 답안지를 다 채워야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억나는 논점은 다 적었으니 과락은 면할 것이라는 기대로 그대로 제출하였습니다.
2차 시험 최대의 위기는 3일째 되는 형법 시험시간에 발생했습니다. 미리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지 않아 시험에 제대로 집중하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그냥 나가서 화장실에나 갈까 하는 원초적 욕구가 머리를 어지럽혀 시험 시간 내내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보게된 시험인데 그냥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설사 망신을 당하더라도 남아서 써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꾹 참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날 따라 문제는 엄청 복잡하고 논점도 많아서 더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서 쓸 수 있는 내용을 다 적었습니다. 결국 시험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답안지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참 야속하게도 시험이 끝나니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생리 현상도 마음으로 어느정도 조절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혹시 시험시간에 저와 같은 경우를 당하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위 사건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시험을 치르게 되었고 특별한 불의타 없이 모든 과목을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날 형소법 시험을 치르고 나니 후련 섭섭했습니다. 이제 한번의 기회는 지나갔고 막차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이번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 하였습니다.

Ⅶ. 2차 시험을 마치고 나서
막차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명목상 말은 하고 다녔지만 마음은 근거없는 기대로 부풀었고 공부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해놓은 공부가 별로 없는 만큼 기대감은 커져 머리는 잡념으로 가득찼고 몸도 덩달아 나태해졌습니다.
하지만 2차 시험을 보는 내내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느꼈고 또 영적인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를 믿는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였고 천천히 마음을 다스리고 못다한 단권화작업을 마무리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8월이 가고 9월이 되고 학기가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수험기간 내내 휴학을 하지 않았고 게다가 과외 아르바이트까지 하였기 때문에 학기가 시작 되면 정말 바빠집니다. 그래서 그나마 속도가 붙어가던 단권화도 지지부진 해졌고 3학년 학과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친구들 대부분이 공부를 시작하고 1차시험 준비로 학교도 한산하였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서울대학교 도서관은 환기가 되지않아 겨울에는 3시간만 공부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발걸음은 늘 집으로 향하게 되었고 학교수업을 빼먹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이렇게 어수선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점차 무거워졌고 내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하는 회의감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10월 중반에 단권화가 끝나게 되었고 각 과목별로 중요한 논점을 모두 수록한 노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것을 암기해야하는 단계였지만 약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기본서를 보지 않아 지나치게 요약되어 버린 단권화 노트만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공들인 노트를 읽기 위해 다시 기본서를 보아야 한다면 그동안 헛수고를 한 셈이 되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법을 여러분들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저처럼 무식하게 노트를 만들지 마시고 독서카드 크기의 작은 수첩등에 중요한 논점을 적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기본서를 여러번 읽으면서 단문집과 케이스집을 틈틈이 체크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인 수험 방법이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Ⅷ. 합격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어리석고 아둔한 저의 수험방법을 뒤늦게 깨닫고 한참 속이 상해있을 무렵 전화로 합격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참, 믿어지지 않았고 놀라웠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저의 수험생활은 실패투성이였고 저는 정말 부족한 사람인데 합격이라니요. 2차 시험기간 내내 느꼈던 하나님의 도우심이 내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 모든 것이 저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림동 수험가만 해도 저보다 깊이 공부하시고 영리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놀라운 축복을 얻었으니 더 많이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사법시험 합격자를 인터뷰하거나 수기를 쓸 때 주로 묻거나 궁금해하는 내용인 판검사가 될것인지 변호사가 될 것인지 하는 질문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판검사, 혹은 변호사라고 하였을 때 일단 그 직을 얻게 된다면 꿈을 이룬 것이 되지만 우리들의 꿈은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직업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경험도 짧고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나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수험기간 내내 참 이기적으로 살았으니 이제부터라도 베풀면서 살고 싶은 바람입니다.

Ⅸ. 마치면서 하고 싶은 말
이렇게 지면을 마련해 주신 고시계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의 이 글을 통하여 고된 수험 생활에 지치신 분들에게 잠깐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열심히 공부하셔서 조만간에 좋은 소식이 있으시길 빕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